5.12 사랑하는 까꿍의 8번째 생일을 축하하며. :)
평소에 애견 간식용 베이킹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
이번 생일에 처음으로 꿍이도 먹을 수 있는 재료들로 컵케익을 만들었다.
버터, 계란, 우유 없이 만든거라 모양이 별로일 수 밖에 없어서
꿍이가 좋아하는 고구마랑 당근으로 동생이랑 장식도 하고.
지 생일 케익인걸 아는지, 초에 불 켜놓고 가족들 모여 노래 불러주는데
앞에 놓여있는 케익을 코로 킁킁, 혀로 할짝할짝.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하더라. ㅎㅎ
그래봤자 심장 때문에 한두입 밖에 못 먹였지만, 맛있게 먹고 더 달라고 자꾸 조르니 흐뭇하더라.
작년 5월엔 꿍이가 위험한 응급수술을 했었다.
경황이 없어 동네 큰 병원이 아닌 집 바로 앞에 있는 작은 병원으로 달려갔는데
밤 늦은 시간이었고, 퇴근한 간호사가 다시 오기를 기다릴 수 없을만큼 상황이 급박해서
내가 수술방에 들어가 선생님을 어시스트했더랬다.
수술 중 각성 때문에 추가마취가 제 용량보다 과했고, 심장이 약한 까꿍은 수술 후 한참을 깨어나지 못했다.
병원에 혼자 밤새 두는 것보다 내가 내 눈으로 지켜보고 싶어서 수액을 단 채 집으로 데려왔는데
할머니 장례를 치른지 두 달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라 더더욱 막막했다.
아무런 준비 없이 까꿍을 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난 이틀 내내 잠 한숨 못자고 까꿍 옆을 지켰다.
제대로 눈도 못 뜨는 아이가 "까꿍"하고 이름을 부르는 내 목소리에 무의식 중에 꼬리를 흔들고
"까꿍, 일어나서 누나한테 뽀뽀해줘야지"하는 말에 모로 누워 혀를 날름거리는 모습에 몇 번을 울컥했던지.
걷지도 못해서 세 걸음도 못 가고 고꾸라지면서도 배변패드에 가서 쉬를 하려고 일어나 휘청이다가 그대로 엎어져 쉬를 해버려
젖은 배를 닦아주면서 "괜찮아, 괜찮아. 그냥 쉬해도 괜찮아." 또 몇 번을 왈칵했던지.
까꿍이 움직일 때마다 변하는 수액 속도를 조절하느라 떨어지는 수액 방울과 까꿍 얼굴만 번갈아보며
영원같은 이틀을 보냈고, 까꿍은 사흘째 되는 날 기적적으로 깨어나주었다.
지금 생각해보면 기적같은 일이다.
심장이 약한 아이가 그 독한 마취에서 깨어나준 것도,
너덜너덜해진 가운데 발가락의 신경을 결국 살리지 못했음에도 멀쩡히 걷고 뛸 수 있는 것도,
그 수술로 심장에 더 무리가 갔음에도 이렇게 발랄하게 1년을 보내준 것도.
전부 기적같은 일이다.
날이 따뜻해지면서 요즘 내 주말은 까꿍을 중심으로 돌아간다.
아무리 바쁘고 피곤해도, 산책이든 라이딩이든 꼭 데리고 나간다.
다리를 절어도 괜찮다고, 제대로 못 걸어도 괜찮다고, 깨어나서 살아주기만 하라고
속삭이던 밤의 간절함을 떠올리면, 나는 까꿍에게 더더욱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.
생일 축하해 까꿍. ♡
우리에게 남은 날들이 충분하기를, 그 날들동안 네가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기를.
